정부가 2025년 7월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글로컬대학과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등 지방대 혁신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지역대학 지원정책의 동력이 급격히 약화될 전망이다. 교육계와 지역사회에서는 "정부의 지방대 육성 의지가 예산편성 단계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 교육부 예산 감액…지방대 사업 직격탄
교육부는 이번 추경에서 전체 교육 관련 예산 3조 901억 원을 감액했다. 이 중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조 9,982억 원, 국가장학금 4,400억 원, 국립대 의대 시설확충 예산 1,342억 원 등 주요 항목들이 대거 삭감됐다. 특히 지방대학 혁신의 상징적 사업인 글로컬대학과 RISE 사업의 예산이 대폭 줄어들며 지역대학 지원사업의 근본적 추진력 자체가 약화될 위기에 놓였다.
글로컬대학 사업: 집행 부적절·성과 부진…페널티 현실화
글로컬대학 사업은 전국 30개 대학에 5년간 대학당 최대 1,000억 원을 지원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정부의 대표적인 지방대 육성 정책이다. 그러나 울산대학교의 경우 의대 교육시설 건축 예산 58억 7,000만 원이 사업 목적 부적합으로 전액 삭감됐다. 충북대와 한국교통대 역시 통합 추진 실적 미흡으로 D등급을 받고, 사업비 삭감 페널티를 받았다. 이들 대학은 사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순천대의 경우 지역의회의 전액 삭감으로 사업 자체가 사실상 중단됐다. 예산 편성 방식도 문제로 지적된다. 글로컬대학 예산이 기존 일반재정지원 사업에 ‘끼워넣기’ 방식으로 흡수돼 예산의 투명성과 형평성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성과 미흡 대학은 예산 삭감, 탈락 대학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면서 형평성 논란도 거세다.
RISE 사업: 확대 대신 축소…지역 주도 대학지원체계 ‘흔들’
RISE 사업 역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당초 정부가 약속한 2조 원 예산에 한참 못 미치는 1조 2,000억 원 규모로 축소됐고, 사업대상 지역은 5개에서 11개로 늘면서 1곳당 배정액은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충북의 경우 당초 1,000억 원을 기대했지만, 실제 교부액은 6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대학지원사업 예산을 RISE 사업으로 단순 이관하는 ‘재원 돌려막기’식 편성은 지역사회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가 ‘8,000억 원 증액’이라고 홍보했으나 실질적 순증은 2,000억 원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 신뢰·사업 추진력 ‘이중 위기’
이번 예산 삭감으로 인해 지방대 혁신사업은 두 가지 위기에 직면했다. 첫째는 재정적 추진력 약화다. 울산대·충북대·순천대 등 다수 대학들이 예산 삭감과 평가 미흡으로 인해 사업 지속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둘째는 정책 신뢰도 하락이다. ‘지방대 시대’를 내건 정부의 국정과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대학별로 사업 중단과 구조조정 위험이 가시화되면서 현장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예산 구조라면 지방대 혁신은 말뿐인 정책에 그칠 것”이라며, “정부의 보다 현실적이고 일관된 재정 지원과 지역 맞춤형 대학정책 재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추경은 단순한 예산 삭감을 넘어, 지역 고등교육 정책의 근본 방향성에 대한 재논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방대 위기 극복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HealthEco.Media 김희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