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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배워야 오늘을 잘 산다”… 간호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웰에이징’

한국건강간호융합학회, 초고령사회 대비 교수연수 개최… 박소영 강원대병원 팀장 “간호사는 존엄한 삶의 마무리까지 안내하는 전문가여야”

 

한국건강간호융합학회(회장 이혜경)는 지난 4월 11일 강원 춘천 델모니코스에서 ‘2025년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웰에이징 교수연수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간호전문직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넘어서 ‘죽음에 대한 준비’와 ‘존엄한 이별’까지도 책임져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반영한 것이다. 본 연수는 (주)잇츠제이랩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이번 연수의 핵심 강연은 강원대학교병원 종합건강검진센터 팀장이자 연명의료관리센터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소영 간호사가 맡았다. ‘어떻게 살고 있나요? 우리는 오늘을 잘 살기 위해 죽음을 배워야 한다’는 주제로 진행된 강의는 죽음을 단지 피해야 할 공포가 아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할 ‘전환의 시간’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했다.

 

박 강사는 "죽음은 삶의 종착역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중요한 순간"이라며, 연명의료결정제도와 같은 제도적 도구가 단순한 의학적 선택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을 실현하는 방법임을 강조했다. 그는 “간호사는 환자가 삶의 끝에서 자신의 선택을 존중받을 수 있도록 돕는 가장 가까운 전문가여야 한다”고 말했다.

 

강의에서는 특히 ▲연명의료의 정의와 종류(심폐소생술, 항암제, ECMO 등), ▲연명의료결정제도의 구조, ▲사전연명의료의향서(AD)와 연명의료계획서(POLST)의 차이점 및 작성 절차,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 연계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박 강사는 “법적 효력을 갖는 서류인 만큼, 학생들에게 그 개념과 절차를 교육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강의안에는 네덜란드 총리 부부의 동반 안락사, 배우 알랭 들롱의 안락사 선언, 호주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의 조력자살 등 세계 각국의 사례가 소개되며, 죽음에 대한 사회적·문화적 접근이 어떻게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특히 자동 안락사 기계 ‘사르코’의 등장과 같은 기술 기반의 죽음 선택 도구들은 인간의 마지막 선택권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연수 후 진행된 소그룹 토의에서는 웰에이징의 개념을 간호교육과 임상실습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참여한 교수들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실습 교육에 도입해, 학생들이 죽음에 대한 존중과 실천 능력을 갖추게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교수는 “죽음은 더 이상 교육의 금기가 아니다”라며, “죽음을 배우는 것이 곧 제대로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란 점에서 웰에이징 교육은 간호교육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교수는 “임상윤리와 연명의료 교육자료가 실무에 바로 접목 가능하도록 잘 정리돼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학회 관계자는 “이제 웰에이징 교육은 간호실무의 핵심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정례적인 교수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교수자와 임상전문가 간의 연계와 역량을 강화하고, 간호교육 전반에 ‘죽음준비교육’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소영 강사는 강의를 마치며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존엄과 평온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간호사의 중요한 사명이며, 우리 모두가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며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인용했다.

 

“삶은 유쾌하다. 죽음은 평화롭다. 이 전환이 다루기 힘들 뿐이다.” — 아이작 아시모프

 

이번 연수를 계기로, 간호사들이 ‘죽음을 설계할 줄 아는 전문가’로서 성장하고, 간호교육이 삶과 죽음을 포괄하는 통합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새로운 장이 열렸다.

 

HealthEco.Media 권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