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4월 21일, 전국 12개 시도를 ‘고등교육 혁신특화지역’으로 지정·확대하고,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고등교육 제도의 유연화와 규제 완화를 본격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글로컬대학을 중심으로 한 고등교육 혁신 전략의 일환으로, 기존 제도의 경직성을 해소하고 지방대학이 지역 사회와 긴밀하게 연계되는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고등교육 혁신특화지역’은 지방대학에 맞춤형 규제특례를 적용하여 각 지역의 특성과 수요에 따라 유연한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로, 최대 6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이 제도는 2021년 도입되었으나 적용 사례가 제한적이었고, 제도 활성화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2023년 시작된 글로컬대학 프로젝트를 계기로,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교육부가 이를 수용하는 형태로 제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 특화지역 확대는 그간 글로컬대학들이 요청한 규제 개선안을 중심으로 총 18건(중복 제외 8건)의 특례를 적용하게 된 것이 특징이다. 부산, 대구·경북, 전북은 신규로 지정되었고, 기존의 광주·전남, 충북, 울산·경남, 대전·세종·충남은 추가적인 규제특례를 적용받는 방식으로 변경 지정되었다. 이로써 전국 17개 시도 중 12개가 특화지역으로 포함되었다.
학사제도 분야에서는 특히 눈에 띄는 변화가 많다. 기존에는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통합될 경우, 전문학사 과정을 일반대에서 운영할 수 없었으나, 이번 특례를 통해 전북, 광주·전남 등에서 이를 병행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지역 산업에 필요한 실무형 인재 양성을 보다 유연하게 할 수 있게 해주며, 도립대 통합을 준비 중인 창원대, 목포대 등의 대학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외부 기관과 협력한 수업(협동수업)에 대해 졸업학점의 최대 절반까지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지역 기업과의 교과연계를 활성화하고, 학생들의 실무 역량 강화를 돕는 제도적 장치로 작용한다. 울산, 경남 등은 해당 지역 산업 수요에 맞춘 계약학과 운영의 공간적 제약도 해소되면서, 광역지자체 내 대학 소유 시설에서도 운영이 가능해졌다.
교원 인사 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기존에는 국립대의 부총장이나 단과대 학장 등 주요 보직에 외부 인사를 임명할 수 없었지만, 이번 특례를 통해 산업계나 연구계 전문가도 해당 보직에 임명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대학의 실용적 연구 및 산학협력 역량을 제고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비전임 교원에 대해 정년(65세) 적용 예외를 허용하거나, 공개채용 예외를 두는 등 유연한 인사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대학의 교원 확보와 조직운영의 자율성이 크게 확대된다.
대학 경영 측면에서도 규제가 완화되었다. 교지·교사 임차 시 기존에는 동일 기초지자체 내에만 허용되던 것이, 이번 특례를 통해 광역지자체 내로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울산대는 산업단지가 밀집된 지역에 다수의 멀티캠퍼스를 운영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확보하게 되었으며, 건양대는 국방특성화 대학원을 계룡시에 설치하여 지역 산업과 긴밀히 연계된 고급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되었다.
이번 조치를 통해 교육부는 법령 개정을 수반하지 않고도, 시범 지역 내에서 제도를 테스트하고 이를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는 유연한 정책 실험을 설계했다. 성과가 입증된 규제특례는 향후 전면적 제도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전국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제도가 시범지역과 비시범지역 간의 교육 기회의 격차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균형 발전을 위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외부 인사 보직 임용 등은 대학 내부의 조직문화와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정책의 실행 과정에서 갈등 조정 메커니즘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특화지역 지정은 지방대학이 자율성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현장 중심 교육혁신을 추진할 수 있게 된 의미 있는 전환점”이라며, “앞으로도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고등교육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HealthEco.Media 김희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