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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조무사의 현실과 도전, 전문 직업인으로의 길을 모색하다

실습은 잔무 위주, 급여는 최저 수준… 간호조무사들이 직면한 어려움과 전문성 강화 방안

 

 

간호조무사는 고졸 이상이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직업으로, 이론 740시간과 병원 실습 780시간을 이수한 후 국가고시에 합격해야 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실습 현장은 기대와는 다르게 임상 경험보다는 잔무 처리로 가득 차 있다.

 

현장 실습, 노동인가 교육인가

 

간호조무사 실습생들은 병원에서 빨래, 설거지, 은행 업무 등 환자 돌봄과는 거리가 먼 업무를 맡는다. 실습의 목적이 임상 경험을 쌓는 데 있음에도, 보건복지부는 실습을 "교육"으로 규정해 급여 지급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간호조무사 실습생 중 72.5%는 무급으로 근무했다. 이 과정에서 실습생들은 병원 인력 공백을 메우며 임금 없는 '인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일부 병원에서는 교통비나 식비 명목으로 실습 지원비를 지급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실습생들은 보상을 받지 못한다.

 

교육 부실과 자격증 남발 문제

 

일부 간호조무사 학원에서는 이론 수업과 병원 실습 시간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고도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도록 편법을 사용하고 있다. 학원 측이 출석부를 조작하거나 실습 시간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주사 놓는 법조차 배우지 못한 채 병원에 투입되는 사례도 존재한다. 이는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로,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급여

 

자격증 취득 후에도 간호조무사들이 직면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간호조무사의 평균 월급은 200만 원 수준이며, 요양 병원과 요양 센터에서는 170만 원에 불과하다. 상급 종합병원의 경우 400만 원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다. 특히 7년 차 이상의 간호조무사조차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 경우가 많아, 이직률이 높다.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와는 달리 의료인이 아닌 '의료 보조 인력'으로 분류된다. 의료인의 지시 아래 주사, 바이탈 체크 등 간단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행정과 잡무를 주로 맡는다. 일부 병원에서는 간호조무사가 간호 스테이션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휴게실이 따로 마련되지 않는 등 차별적인 환경이 조성되기도 한다.

 

전문학사 과정 신설과 전문성 강화 방안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와 책임이 확대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간호조무사를 단순 '보조 인력'에서 '전문 직업인'으로 양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학사 과정 신설전문대 간호조무과 설립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전문학사 과정이 신설되면, 간호조무사들은 보다 심도 깊은 이론 교육과 실습을 통해 임상 경험을 충분히 쌓을 수 있다. 현재 간호조무사 자격증은 고등학교 졸업 후 학원에서 단기간 교육을 받는 방식이지만, 전문학사 과정을 통해 2~3년간 체계적으로 교육받으면 환자의 안전을 보다 효과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 또한,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 확대전문 자격제 도입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간호조무사가 일정 수준 이상의 경력을 쌓으면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특수 분야(한방, 요양, 치과) 간호조무사 자격을 별도로 부여하거나, 상급 간호조무사 제도를 도입해 병원 내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해외 사례 참고 및 법적 개편 필요성

 

일본의 경우, 간호조무사에 해당하는 '준간호사'가 전문 교육을 받고, 일정 실무경력의 요건을 충족하면 교육 및 시험 등을 통해 간호사로 경력개발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간호조무사는 보조인력에 머물며, 승진이나 경력 발전에 제한이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개선을 비롯한 간호인력 양성체계를 선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간호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수요 증가와 미래 전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조무사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의원, 치과 등에서는 간호조무사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취업이 비교적 쉽고, 40~50대 주부들의 재취업 기회로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호조무사의 처우와 교육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와 인력 유출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간호조무사를 전문 직업인으로 양성하는 교육 체계의 도입은, 의료 현장의 안정성과 질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간호조무사 자격 취득을 고려하는 이들은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자신에게 맞는 학원과 병원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본인의 노력과 상황에 따라 간호조무사는 안정적이고 보람 있는 직업이 될 수 있다.

 

HealthEco.Media 권경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