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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SK 데이터센터, 멈춘 ‘국가 전략 모형’… 송전망·제도 리스크가 만든 4년의 공백

2020년 2조1천억 투자와 RE100 기반 AI 클러스터 구상, 2025년 목표 달성 난망
345kV 송·변전 인프라 지연, 직송형 PPA 불발, 사업 구조 재협상… 신뢰 회복이 성패 가를 듯

 

2020년 SK컨소시엄은 새만금에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연구개발센터, 창업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데이터센터는 2024년 4개 동을 시작으로 2025년 8개 동, 2029년 16개 동까지 확장하는 단계 계획이었고, RE100을 전제로 한 에너지-데이터-AI 결합형 클러스터가 핵심이었다. 300개 안팎의 기업 유치와 2만 명 고용, 장기적으로 8조 원 이상의 경제효과가 예상되며 지역 산업구조를 바꿀 국가균형발전 모델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사업은 핵심 인프라 병목과 제도 지연에 막혀 장기간 표류 중이다. 첫 번째 걸림돌은 고압 송전 인프라다. 대형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려면 345kV급 송·변전설비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설계·인허가·공사에 수년이 걸리는 구조적 제약이 사업 일정을 압도하고 있다. 기존 계통 용량으로는 초기 가동조차 불확실하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반복된다.

 

두 번째 문제는 재생에너지 연계의 지연이다. 수상태양광을 포함한 발전 자원의 사업자 선정과 계통 연계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RE100 기반 전력조달 로드맵이 현실에서 이탈했다. 전력망 혼잡과 접속 대기, 보완 자원인 ESS 연계의 지연은 민간 투자자의 일정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세 번째 축은 제도 정합성이다. 사업자는 재생에너지 직접 조달을 위한 전력 직송형 PPA 등 유연한 수단을 요구해 왔지만, 국내 제도 환경과 요금 체계, 각종 이격·입지 규제가 맞물리며 속도전이 실종됐다. 결과적으로 전력·제도·인프라의 세 박자가 엇박자를 내는 사이, 설계도에 있던 ‘클러스터’는 공정 현실과 괴리를 키웠다.

 

사업 구조를 둘러싼 재협상도 불가피해졌다. 창업클러스터 조성이 지연되면서 일부 입주 예정 기업의 발걸음이 느려졌고, SK 내부에는 기다리며 원안을 관철하자는 의견과 투자 방향을 조정하자는 의견이 공존한다. 통신 인프라 중심의 대안으로 해저케이블 접속 거점인 육양국(Cable Landing Station) 연계 모델을 병행하자는 제안도 거론되지만, 규제·면허·경제성 검토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지역사회의 시선은 더 엄격하다. 재생에너지만 생산하고 부가가치는 외부로 빠져나가는 구조에 대한 불신이 커지며, ‘에너지 식민지’라는 격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해결책으로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형 전력 생태계’와 RE100+AI+자급형 전력 인프라 모델의 결합이 요구된다. 이는 중앙정부·지방정부·민간기업 간 실질 협치 없이는 작동하기 어렵다.

 

단기 전망은 녹록지 않다. 2025년 8개 동 완공 목표는 사실상 달성이 어렵고, 2029년 16개 동 확대도 계통 투자와 제도 개선, 사업 재구조화가 동시에 진전되지 않으면 불확실하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분산형 데이터센터 수요가 커졌다는 산업 추세는 사업의 필요성을 강화하지만, 공공과 민간의 일정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 표류는 장기화될 수 있다.

 

해법은 세 가지 동시 추진력으로 요약된다. 첫째, 345kV 송·변전 설비에 대한 패스트트랙이다. 공정, 책임, 비용 분담을 명확히 하고 수상태양광·연료전지·ESS의 단계적 동시 연계를 전제로 한 실행 시나리오를 확정해야 한다. 둘째, RE100 조달 수단의 다변화다. 직송형 PPA, 장기 고정가격 계약, 인접형 분산에너지 특구 같은 수단을 패키지로 묶어 전력조달의 예측 가능성과 가격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사업 구조의 리셋이다. 창업클러스터의 대체 투자 방향을 신속히 매듭지어 신뢰를 회복하고, 필요하면 육양국 연계 등 통신 인프라 보완안을 중장기 옵션으로 열어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결국 성패는 속도에 달렸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전력·제도·자본 비용이 누적되면서 프로젝트의 순현재가치가 훼손된다. 새만금 모델이 ‘그림의 떡’으로 남을지, 국가형 RE100·AI 인프라의 레퍼런스로 전환될지는 향후 수개월 동안의 계통, 제도, 재협상 진척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중앙과 지방, 기업이 같은 타이머를 바라보며 실행에 착수하느냐가 승부처다.

 

HealthEco.Media 정진성 기자 |